통영(統營)
- 백석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하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山)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데
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柏)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짐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펴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柏)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의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 *
백석이 사랑하여 결혼을 약속했던 난이라는 처녀.
그녀의 고향이 통영이었다는 것 만으로도 백석은 통영을 사랑했으리라.
그녀와의 이별이 너무도 힘들어 <절망>이라는 시를 남기기까지 그에게 사랑이라는 것도 사람냄새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랑도 그의 발길이 닿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과 함께 한다.
통영, 내게는 참으로 낭만적이고도 아름다운 소도시.
아름다운 추억만 가득 있는 통영.
통영을 여행하였던 그 해 2박 3일, 그리고 어느 하루.
백석을 떠올리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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