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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다

사진으로 놀기/공간과 풍경 2010/10/31 21:52 posted by at Liberty


문득 그리워지는 것은 너.
셔터를 누르는 순간 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원래 말이 없는 너는 내게 묻지도 않은 말을 계속 하고
나는 신기한듯 또 너를 쳐다보겠지.

맑은 물 속 자잘한 물고기들이 노닐고 
차가운 가을산의 방향제를 띄워놓은 그 곳에 
몸을 구기고 앉는다.

너는 
물 속에도 있고 
낙엽 위에도 있고
공기 속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다.

들숨 날숨 내쉴때마다 내 안에 들어와 더 깊이 자리한다.
숨 쉬는 그 순간 내게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여
코 끝 찡한 기억을 더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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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 | 무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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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9/09 19:57 posted by at Liberty


통영(統營)

- 백석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하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山)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데

  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柏)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짐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펴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柏)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의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 *
백석이 사랑하여 결혼을 약속했던 난이라는 처녀.
그녀의 고향이 통영이었다는 것 만으로도 백석은 통영을 사랑했으리라.
그녀와의 이별이 너무도 힘들어 <절망>이라는 시를 남기기까지 그에게 사랑이라는 것도 사람냄새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랑도 그의 발길이 닿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과 함께 한다.
통영, 내게는 참으로 낭만적이고도 아름다운 소도시.
아름다운 추억만 가득 있는 통영.

통영을 여행하였던 그 해 2박 3일, 그리고 어느 하루.
백석을 떠올리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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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묻고 웅크린
아이 하나 내게 얘기하네
난 어두워진 이 교실에
소리없이 지는 노을같아요

엄마는 나를 떠나고
허기지는 점심시간 지나
밥짓는 냄새 가득한 이 동네
하지만 내겐 집이 없어요

방안 한 구석에 식은 이불
내 체온 하나만 남아
잠들면 깨고 싶지 않은
꿈속의 엄마 목소리
무심한 아침이 오면
내게서 멀어져가요

사랑한다는 말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눈물나게 아름답다는 말
시간이 흘러 나도 누군가를 만나면
듣고 싶어요
이런 나를 사랑한다는 그 말.



*  *  *
듣고서는 무척이나 많이 울었던 노래.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이 듣는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도 축복스러운 일인지를 알고 있다면 정말이지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노래. 세상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들 모두가 외톨이는 아닐까.
이 노래가 안겨주는 그 뉘앙스와 멜로디, 그리고 폴의 창법..
모든 것이 가벼운 무게의 노래가 아니고 쉽게 불려진 곡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아름다움으로 들을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음악이라는 것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음악이 가진 대단한 힘이기도 하다. 마음이 복잡할때 폴의 음악이나 김동률, 아니면 아예 클래식을 듣는 것은 타이레놀 한알보다도 효과가 크니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이렇게도 상처투성이로 힘들게 살아가고 그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한 열패감과 피해의식, 그리고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시달린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고 모든 어른들이 그렇다. 
누구든 어린시절을 눈물없이 돌이킬 수 없듯이 모든 어른들이 앓고 있는 병은 어릴적 앓았던 고통이 지나간 흔적때문이겠지.

나 스스로에 대한 연민,
세상의 아이들에 대한 연민,
세상의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이 노래는 분명히 가시돋힌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사랑의 노래임이 분명하다.
이런 나를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이야기 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세상 모두를 얻은 것일테니까.
그것은 기적이니까. 어릴적 앓았던 고통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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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기화당(氣和堂) at 2011/09/30 05:07  삭제

    Subject: 루시드 폴, 외톨이. 그리고 조손가정의 밥 굶는 아이들

    가사는 한 아이의 독백입니다. 아이는 학교가 파한 후 해가 지고 있음에도 집엘 돌아가지 않고 빈 교실에 남아있습니다. 소리 없이 사라지며 어둠으로 자신을 물들이는 노을은 아이와 닮았습니다. 아이에겐 ‘집’이 없습니다. 몸을 담고 누일 물리적인 공간은 있을지 몰라도요. 아이에겐 점심때는 허기의 시간, 밤은 이불의 선득함을 확인해야 하는 시간일 뿐이지요. 아침이 아이를 깨우기 전 잠깐 꾸는 꿈에서나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omnismundi.egloos.com/ BlogIcon 사노비 at 2011/10/01 02:26

    외톨이 가사를 검색하다가 들렀습니다. 트랙백으로 링크를 달았어요. 좋은 노래, 그리고 그 노래에 대한 아름다운 생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 Commented by Favicon of http://atliberty.tistory.com BlogIcon at Liberty at 2011/10/25 18:45

      블로그 관리를 거의 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들어와서 댓글을 뵙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가을밤 되시고 늘 건강하세요. :)


나는 오늘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녀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산다는 것에는 희생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다. 애초에 나와 그녀를 구분짓는 단위로서의 '개인'이라고 하는 것은 없다. 희생, 양보, 자존심 이런 것들은 언제나 '개인'에게 할당되는 것일 뿐 내가 그녀를 살고 있는 것에는 그런 것은 애초에 없다. 내가 그녀를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 그녀가 나를 살아가도록 하는 것에 대한 기쁨. 이 사실만으로도 나는 기쁨을 느낀다. 나는 여태껏 그런 기쁨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그저 나를 살아가는 것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를 살아가거나 그, 그녀를 살아가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그녀를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나는 그녀를 살고, 그녀가 나를 살게 할것인가?

- PAPER 2010년 5월호에서 발췌. 글 : 김은선




희생이라, 양보라, 자존심을 버린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그것은 사랑이라 하기에는 스스로가 너무 버거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의 감정은 간사한 것이어서 내가 희생을 하고 있다, 양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언젠가는 그것에 대한 보상을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와 상대가 완전 일체한 또다른 나의 모습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 하니 말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만,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진리를 의미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철학이기도 한 듯 합니다.
주위의 시선에,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고 나와 상대가 일체된 동등한 존재로서 하나가 되는 진리로 사랑을 만들어 나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순간에 서로를 더욱 부둥켜안는 것이겠지요. 서로가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어 서로를 받아들였듯이 인간의 몸을 버려야 하는 그 순간 함께 버릴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함께 해봅니다. 동등한 존재로서 두 사람이 한 순간에 인간의 몸을 함께 버릴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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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여름에 서울 인사동 "살롱 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카페에서 발견한 문장.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당시만해도 이 문구를 보고 그저 멋지게 잘 적힌 문구라고만 생각했지 더이상의 감상은 없었다.


이제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쉽고 간편한 일임을 몸속 깊이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세상, 우주의 어느 것도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이 없다.
화 내고, 누구의 탓을 하고, 불평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화내고 불평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내 마음이며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며,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이 내가 훨씬 더 편한 일임을 알았다.

"찡그리는데에 필요한 얼굴의 근육이 웃는데 필요한 얼굴의 근육보다 10배는 더 많이 움직인다(찡그릴수록 얼굴에 주름이 더 많이 생긴다)"라는 과학적 명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사랑하는 일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사랑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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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deskanne.textcube.com/ BlogIcon 책상머리 앤 at 2010/04/26 20:55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다는 말, 깊게 공감합니다.
    저도 미워하는 사람이 참 많았는데, 그 때마다 고통 받는 것은 제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 Commented by Favicon of http://atliberty.tistory.com BlogIcon at Liberty at 2010/04/27 10:03

      그러게요.. 굳이 무언가를 꼭 사랑하거나 좋아할 수 없더라도 미워하는 마음만은 가지지 않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참 많이도 늦게 알게 됩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또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는게 또 우리의 삶이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봄날씨가 오락가락합니다. 건강 유의하세요-ㅎ

  2. Commented by Favicon of http://eurt.tistory.com BlogIcon 에우르트 at 2010/04/27 10:21

    좋은글감사합니다!! ㅋㅋ 모든거에 대해 감사하고 사랑알줄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Commented by Favicon of http://yukinoh.tistory.com BlogIcon 유키no at 2010/04/27 21:59

    좋은 문구네요 ^^ 아저도 누굴 사랑하지 않는거보다 사랑 하는게 쉽다는거에 공감이 되네요
    누굴 좋아하거나 하게되면 그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마음을 바꾸는거는 정말 어려운일이니까요.
    그리고 싫어하는사람을 좋하는게 더 쉽다는것도

    • Commented by Favicon of http://atliberty.tistory.com BlogIcon at Liberty at 2010/04/27 22:07

      사실, 정호승 시인의 시에서 그 힌트를 확실히 얻었는데요... 가만 생각해보니 맞는것 같더군요. 사랑하는 일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요..
      늘 좋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좋은 날 만드세요-^^

헤세의 전작들 중 5권을 구입했습니다.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리고 유리알 유희까지.

헤세의 소설은 사실상 자아를 찾고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이 지금의 제 모습에서는 매우 필요한 책들이라는 생각이었지요.

뭘 먼저 읽을까 생각을 하다가 여기저기 물어보니, 싯다르타를 먼저 읽는 것이 나을 것이라 조언을 해주더군요. 특히나 데미안을 읽기전에는 먼저 싯다르타를 읽는 것이 낫다고.
(그런데 사실,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데미안을 읽고 싯다르타를 읽는 것이 보다 더 완성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출간연도로 봐도 데미안이 먼저더군요.)

싯다르타는 헤세가 작품을 집필하는 도중에 인도로 여행을 가서 직접 체험을 하고 나머지 남은 분량을 모두 썼다고 합니다. 체험해보지 않은 것은 말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작가 스스로 보여준 셈인데요, 정말이지 읽어보면 이것은 체험해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을만큼 매우 깊은 사유세계를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독후감을 쓰기에는 이 책이 너무도 많은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으로도 압축하지 못하겠고 오히려 이 소설을 통해 철학을 접한 느낌이라 생각과 글이 짧은 제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차라리 이 책을 읽으며 탄복하였던 구절들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몇번이고 읽으며 익혀보고자 합니다. 소설을 통해 공부하게 되는 경우는 처음인 듯 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처음 던지고 있는 내용인 진리나 지혜라는 것 역시, 이 책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  *

1. 깨달음

모든 깨달음은 가르침을 통해 얻을 수 없다.

비로소 스스로가 모든 것을 체험하였을 때 그 사실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


진실로 道를 구하고자 하는 자라면,

진실로 道를 얻고자 하는 자라면,

어떠한 가르침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법이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다.



2. 시간과 인간의 존재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江에는 현재만이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극복하는 즉시,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즉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힘겨운 일과 모든 적대감이 제거되고 극복될 수 있다.

그러니 일체의 번뇌의 근원은 시간이다.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다.

그런데도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시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현세와 영원 사이에, 번뇌와 행복 사이에,

선과 악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간격이라는 것도 하나의 착각

인 셈이다.


3.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부여된 동등성

모든 생명의 단일성을 의식하여야 한다.

생각한다는 점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모든 점에서는 세속적 인간들이 賢人

과 대등한 위치에 있었으며, 현인을 훨씬 능가할 때도 자주 있었다.


일체의 소리들, 일체의 목적들,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번뇌, 일체의 쾌락, 일

체의 선과 악,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완성을 향하여 서서히 나아가는 도중에 있

는 것도 아니다.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 내면에

이미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

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



4.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진리를 위한 것

나는 육신의 경험과 스스로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의 존재라는 사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그 사물들을 그토록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고 그토록 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네.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

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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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어졌던 이유

소소한 일상 2010/04/05 23:25 posted by at Liberty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지난 나의 연애들이 고마울때도 있지만

그 사람들, 그 순간들을 원망하는데에만 청춘을 써버린 데에 대한 후회도 있다.


왜 지나고나서 원망하고 힘들어하면서 그 아까운 청춘을 써버렸는가-

그 역시도 내가 어렸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청춘이라는 것은 그리도 치기어린 것.

전부다 처음이고 전부다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라 모두다 바위에 계란치기였던 것.


왜 헤어졌을까?

이것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늘 나를 괴롭혔다.


뭐가 문제였을까?

궁극은 뭐였을까?



현실적인 문제들...

우리 집안이 문제이고, 내가 제대로 직업을 가지지 못한게 문제이고, 내가 이쁘지 않아서 문제였던가?

아파트 서른 평에, 그리고 혼수는 얼마이상. 이런 것들이 다 충족되지 않을것 같아 결국 나를 선택하지 않고 버렸던가? 혹은 나 역시 그래서 그를 포기했던가?

나는 이런 것들을 이유로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느껴 늘 궁금했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말을 지겹도록 했던 서로가 저런 물질적인 것들 때문에 상대를 위해 하나도 희생하지 않고 모든 것들을 얻으려 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도저히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근본적 이유는 뭐였을까?

그 근본적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더 상처받지 않아도 될거라 다짐했다.


저 현실적 문제 때문에 그랬다면 2년이건 3년이건 우리가 사귄 시간은 거짓이 되는 것이었고, 그의 마음도 내 마음도 전부 거짓이 되는 것이었다. 그 시간을 통째로 내 인생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일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었기에 그것은 죽어도 못할 일이었다.

내가 그런 헤어짐을 이겨내고 또 다시 사랑을 꿈꿀 수 있게 된 이유는 근본적 이유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헤어지고 난 뒤 수많은 이유들을 댄다.

그러나 정말로 사람들이 헤어지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서로가 덜 사랑했던 거, 덜 절실했던 거.

그거였다.

당시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사는 곳이 사막이고 내가 물 한 컵이었다면 상대방은 절대 나를 버렸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가 내 생명을 구해줄 만큼 절실한 존재였다면 절대 그를 버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시간의 흐름 속에 서서히 서로를 잊어갈 뿐이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서로에게 단 한번도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뜨거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쉽게 잊혀질 수 밖에. 그렇게 얄팍했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시간속에 희미해져가니.


그러니 헤어짐의 이유를 상대에게서 찾을 필요도 사실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했던게 사랑이라면 헤어짐도 내가 선택한 것 뿐이었으니 해답은 내 속에 이미 있었거늘.


그렇게 멀리 멀리 돌아 나는 그 청춘을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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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들.

소소한 일상 2010/04/05 21:15 posted by at Liberty

그리하여 그녀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외롭고 힘든 이유는,

돈이 많이 없어서도 아니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고

남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애인이 없어서도 아니고

좋은 직장을 가지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꿈꾸는 사람은 배고프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두 가지는 함께 가는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머지않아 사랑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꿈이 없을 수가 없다.

물론 꿈은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삶의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이다.

 

 

뒤돌아 보자.

특정 누군가의 이름 자체가 이유여서 사람을 사랑했던 적이 몇번이나 되었는가.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일이 사랑하는 일 보다 더 어려웠던 적이 몇 번이나 되었는가.

나 자신이 어떤 인간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을 갈고 닦을때가 언제였던가. 그 꿈을 향해 앞뒤 재지않고 달려갈 수 있었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이제는 늙어버렸다고, 혹은 이제는 젊은 청춘이 아니라고 저 가치들을 내 것이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그 지나온 열정들과 열망들을 그저 던져두고 모른척 하고 있지는 않는가? 불편한 진실이라 애써 모른척 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아에 저런 생각조차 해본적 없는것은 아니었던가?



사람이 외로운 이유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 모든걸 다 던져 사랑할 사람이 없어서임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사람이 괴로운 이유는,

진정으로 나의 능력을 인정받을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의 모든 마음을 던져 꾸고 싶은 꿈이 없어서임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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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김남조, < 편 지 >



* * *
이 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스무살이 넘어서 인것 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때 이 시를 읽었을때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야 하나,
별 감상이 없었다 해야하나,
치기어린 생각들로 그저 멋지다는 겉멋만 내세우며 떠들어댔던것 같다.

지금은?
지금은 안다고 말하는게 엄청난 자만인 것만은 알 것 같다.



나를 가장 정직하게 만들어주고,
내 안에 존재하는 힘을 일깨워 주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깨닿게 해 주고,
나아가야 할 곳으로 갈 수있는 용기를 주고,
나로 집중하면 할 수록 상대가 또렷해 지게 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살아간 과거의 시간을 뒤돌아보아라.
아마, 삶의 어느 작은 한 부분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반드시 좋은 일을 했을 것이다.
모든 지나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하여라.
많은 삶의 부분에서, 지나치는 많은 관계 속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나로 인해 용기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조금더 밀도있게 보내야 한다는 증거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곳에서 숨쉬는 이유는 무엇인가?
'삶'이라는 단어를 해체해보면 '사람'이 되니,
그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지금 그대가 펄떡이는 심장을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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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다.

소소한 일상 2010/02/27 01:29 posted by at Liberty

어린시절에는, 만년필을 선물받아 써본 적이 있었지만 철든 이후에 다시 펜을 본격적으로 잡은 것은 참으로 나로서도 놀랄일이기도 하고 또 좋은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 펜을 통해 특별한 인연을 알게 되었으니 뭐 더 말할 것도 없다.

악필임에도 불구하고
글씨 쓰기에 다시 향기로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소중한 일이랴.



일기장도 새로 쓰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내 돈 주고 산건 하나도 없구나;;
딥펜으로 쓰게 된것도 참 오랜만의 일이다. 무언가를 사각사각 소리내어 쓴다는 것.
연필 깎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트래블러스 노트도 생겨 월간 플래너도 쓰게 되었다.
저 펜은 십수년이 넘은 만년필이다. 아-
내겐 없던 보물이 생긴 거나 다름 없는 일인...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려웠다는 말에서
그저 투둑 떨어지던 눈물을 감당할 수 없어 이 시를 옮겨 보았다.
그러고보니, 누구의 발 한번 씻겨주지 못했던 나의 얄팍한 사랑의 궤적들이 못내 아쉬웠고 또 못내 그리웠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가소롭기도 했고 또한 어리기도 했다.






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은 참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더더구나 손으로 편지를 쓴다는 것은 영혼을 떼어다 주는 것이라 그랬던가.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또 변해오고 있지만
사람은 사람의 향기를 함께 하고 살아야 한다.

이 블로깅의 내용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리라.
"아! 이 사람의 글씨체를 보니, 무언가 조금은 더 이 사람을 알것도 같다!!" 라고.
이게 아날로그다.
그리고 이렇게 글씨 하나로도 모든것을 다 부딪혀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는 숨길 수가 없고, 포장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저 잉크들의 향기와 색깔, 그리고 종이의 매끈하고 거친 면까지 모두 누릴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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