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 시작을 하기에,
날씨는 생각보다 많이 흐렸다-
기나긴 장마가 아직도 물러가지 않았고-
그렇지만 하나둘 채워지는 객석을 보며,
오늘 공연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라는 생각은 금방 할 수 있었다-ㅎ
룰루 랄라-♪
늘 그렇지만 예술회관으로 가는 나의 발걸음은 즐거움 그 자체다.
기대의 걸음걸음이기도 하고-
(그만 뜸들이고 포스팅해야 하는데, 사실 감정 정리도 잘 안된다;; 공연후 아직도 정신이 아득하다-)
자, 일단 차분하게-
오늘의 공연 프로그램부터 살펴보면,
차이콥스키의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협연 : 강지은)
차이콥스키 심포니 5번
프로그램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레파토리는 러시아다!!!!
김홍재 지휘자는 역시, 19세기 이후의 음악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듯 싶다.
일단, 국적 불문하고 지금까지 주로 연주한 곡들은 대부분 낭만주의 이후의 음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번엔 러시아다!!!^^
완전 환호-ㅎㅎㅎ
러시아의 음악은 그 시대 모든 문화가 그러했듯이 그 특유의 열정과 함부러 범접할 수 없을만큼 섬세하고도 날렵한 무언가가 있다.
러시아 음악 모든 곳에는 드 넓은 눈벌판이 있고, 그 안에서 자그맣게 손을 뻗고 있는 자작나무의 손바닥도 있으며, 그 눈벌판을 배경으로 탄생한 톨스토이의 여러 작품들이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러시아에 대한 나의 예찬을 조금더 하고 지나가야겠다;;;
내가 서유럽보다도 러시아에 조금더 애정을 가지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먼저, 서유럽은 음악 공유의 범위가 약간은 적었다고 보여진다. 사실 그 시대의 유명한 작곡가들이 작곡을 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주된 이유는 다름아닌 "생계유지"였다. 유명한 귀족들에게 곡을 써서 바치고 그 돈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을 정도. 그렇다보니 어찌보면 음악의 장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귀족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나 18세기 바로크음악은 대부분 종교에 대한 찬양이나 귀족의 사랑에 대한 찬양이라는 대주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가난한 사회적 환경에 처한 경우가 많았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긴 하다.
시간이 지나 부르주아계층의 형성과 더불어 음악이 대중화되고 오케스트라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이전에 귀족의 살롱에서 벌어지던 실내악보다는 오케스트라가 대중적 인기를 얻게되고, 음악을 즐기는 계층의 폭도 넓어진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부르주아 계층에 한정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부르주아 계층이 폭넓은 한 계층으로 성장하지만 그들 계층 역시도 자본주의 발전의 과정에서 배타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의 배제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러시아의 음악은 역사의 흐름이 유럽과 조금 다르다. 혁명 이전의 전근대의 사회에서는 독창적인 문화적 발전이 나타나지 않았지만(그렇기에, 민족문화의 모습이 좀더 빨리나타나기도 한다), 혁명이라는 수단을 통해 러시아가 세계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부터 독창적인 문화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러시아의 역사를 돌이켜볼때, 음악에 참여하는 계층의 폭이 다양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치열한 삶의 현장을 그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섬세하고 다양한 감정의 폭을 담다 보니, 러시아 음악만의 독특한 리듬과 멜로디가 잠재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일면 "러시아의 피아니즘"이라고 까지 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필연의 산물로 나는 두 거장을 입에 올리곤 한다.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이들의 음악 자체가 가히 혁명적이다.
유럽의 바로크, 로코코 음악인 고전적 전통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러시아 민족의 국민성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시켜 또 다른 장르로 봐도 무방할 만큼 새로운 발명(!)을 해 낸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원체 독보적이기에 전무후무하다.
그리고 또한,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는 대비되거나 라이벌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이어지는 흐름속에 그들 음악을 차례대로 선보인것처럼 하나의 스토리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니, 피아니스트라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을 반드시 한번은 레코딩해봐야 하는 것이고, 지휘자라면 반드시 차이콥스키를 연주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어쩌면 음악을 하는 모든 음악인들의 필연일 것이다.
러시아 음악에 대한 혼자만의 예찬은 이 즈음으로 해두고.
다시, 공연으로 돌아오자-
(너무 흥분했다, 워-워-;;;;)
나는, 이번 공연을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호연이라고 극찬하고 싶다-
무슨, 울산시향의 2009년 상반기 결산 공연 즈음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을 정도이다-
일단, 전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너무 많이 더 좋아졌다-
("얼마전에 단원들끼리 단합대회라도 한번 다녀오셨나요?"ㅡㅡ;;;; 이 무식한 멘트;;;)
이건 이번 공연에서만 느낀건 아니었다.
7월 3일 여자경씨가 와서 했던 특별공연에서도 사실 느낀 바였다.
그런데, 그게 우연이 아니었구나-를 이번 공연에서 완전 못박음-ㅎㅎ
(오늘따라 포스팅 디게 못한다;; 단어 선택봐라-ㅠㅠ)
그리고, 신상준 악장님- 아, 인상깊었어요 오늘도-♬
첫곡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
"아! 하프가 저렇게 연주될 수도 있구나!!!"
역시, 차이콥스키는 대단한 작곡가다. 하프를 저렇게 매치시켜 미세한 화음을 연결하다니!!
내가 아는 하프는,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에서 많이 연주되고 그만큼 꿈속을 거닐것 같은 느낌의 연주가 많다. 그런 순간에 많이 등장한다. 그렇기에 음악이 오케스트레이션속에서 스며들듯이 단원들의 음악에 물을 들이는 분위기로 많이 등장했던것 같다. 물론 차이콥스키도 그런 측면을 인정했겠지만 이건 또 다른 느낌이란 말이다. 그저 일상 속에서도 당당히 하프가 연주되어, 꿈속을 거닐때만 하프가 아니라, 다른 악기를 물들이는 수줍은 하프가 아니라, 당당하게 그 음색이 걸어나오는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이런 감탄과 더불어 깨끗하게 떨어지는 김홍재 지휘자의 지휘.
그리고 마치 눈빛만 봐도 다 안다는 듯한 단원들의 표정.
그 모든 것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었다-
나도 넘실넘실-
곡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극 속에서 그렇듯, 두 집안의 싸움 그리고 줄리엣을 향한 로미오의 가슴아픈 사랑과 줄리엣의 테마같은 아기자기한 멜로디까지. 그런 극단의 멜로디가 오가면서도 하나도 어색함없이 섬세하게 연결된 연주는 그야말로 간결했고 꼼꼼했다!
그리고, 두번째 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광시곡"-
도대체 강지은이라는 피아니스트는 누굴까?
이 곡을 선택하다니-
정말 많이 궁금했다.
그녀는, 가녀린 손가락을 피아노에 올렸다.
사실, 걱정되었다.
피아노는 손가락이 길어서 잘 칠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라흐마니노프는 손가락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온 몸으로 연주해야 하는 곡이다.
임팩트는 확실해야 하고, 테크닉이 완벽해야 하며, 멜로디의 섬세함을 잘 살려야 한다. 크든 작든 미스터치가 제법 나면 곡 전체가 느낌이 확 죽는다. 그게 라흐마니노프다-
그런데,
그녀의 손가락은 아주 겸손한 자세로 건반 위에서 피아노를 경배하듯 연주했다. 온 몸이 사그라들듯이 피아노의 음에 모든 것을 맡겼다. 그리고, 최대한 감정을 조심스럽게 그 건반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표정에서도, 터치에서도 보였다.
그녀는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을.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나 역시 숙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경건한 마음의 그녀는 지휘자와의 교감도 매우 신중했던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온 몸으로 이 음악을 받들고 있는 듯 보였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협주곡임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레이션이 매우 섬세했다.
단순히 협연자만을 위한 곡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자체의 실력과 호흡까지도 냉정하게 요구하는 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시향은 거의 완벽하리만큼 멋지게 소화해내었다.
피협을 감상하고 나서, 솔로이스트를 제외하고도 오케스트라 자체가 강하게 각인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느끼는 감상이다. (아직 나는 많이 멀었다 싶다-ㅋㅋ ㅠㅠ)
인터미션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직도 얼얼한 이 감동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 정신이 아득했다-
솔직히, 이 정도만 보고 돌아가도 나쁘지 않겠다 싶을정도였다.
2부 공연때, 나는 다시한번 차이콥스키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지휘자 김홍재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2악장의 호른솔로부분에서, 호른이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는지 사실 처음 깨달은것 같다.
그리고, 3악장이 스케르쪼가 아니고 왈츠였다는 사실도 내게는 큰 놀라움이었다-
가볍지 않은 왈츠가 흘러나오는데, 지휘자와 단원들의 표정은 완전 한 덩어리가 되어 몰입된 그 자체로서의 울산시향이었다. 관객들을 통째로 빨아들일만큼.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을 주었는지, 시원한 공연장 안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는 사실;;;
마지막 부분을 멋지게 장식하고, 모든 연주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을때, 그 기진맥진한 표정.
지휘자 김홍재님도 땀을 연신 훔치시며 돌아서 인사하시는 그 모습.
오늘의 화음과 오늘의 연주는 잊지 못할만큼 너무도 인상깊었다.
단원들 전부가 연주를 마치고 보였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그들이 일어섰을때,
나도 모르게 "브라비!"를 외쳤고.
그들의 얼굴에는 알듯 모를듯 연주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었다.
단원들의 "기쁨의 표정" 대신, "기진맥진한 표정".
그게 나로 하여금 더욱더 감동스럽게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오늘 공연은 앵콜을 하면 안될것이라고.
이 기분 끝까지 그대로 가져가자고.
그리고, 단원들도 앵콜을 할 기운이 없을것이라고.
그렇지만 여러번의 커튼콜 후 지휘자 김홍재는 앵콜로 역시 차이콥스키의 "호두깍기 인형"을 연주했다. 간단하게-ㅎ
공연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그렇다.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는 천재 작곡가이고.
김홍재는 그를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꼼꼼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담아내었다.
그리고 울산시향은 풍성하게 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연주 후, 김홍재 지휘자와 솔리스트 강지은씨의 사진촬영-
그리고, 지휘자 김홍재님 단독 샷!!!^^;;;;
들어가시려고 하는데, 나도 모르는 용기가 발동하여 홀로, 지휘자님을 잡은거다;;;
이런이런이런-
그래서, 싸인 한장 받고 사진도 한장 찍었다-
싸인 중이신데, "사진도 한장 찍을게요-" 라고 무턱대고 사진찍은 나쁜 관객이었단 말씀;;;
그래서, 사진도 찍고 싸인도 얻은 몰지각하고 배짱좋은 관객으로 전락하다;;;
그런데, 지휘자님-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은 언제 하실건가요?
이걸 여쭤본다는게, 너무 흥분상태라 그저 상투적으로
"늘 공연 인상깊게 보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섰다는 말씀- ㅠㅠ
사실, 너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곡이랍니다.
신세계 교향곡-
그리고, 개인적으로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
아주아주 기다리는 곡 중 하나랍니다-
어떻게... 안될까요????ㅠㅠ
다음에는, 지휘자님 CD를 꼭 지참하여 싸인 받으러 갈게요-
사실 그 정도는 해야 지휘자님 팬 인척(!)이라도 할텐데 말이에요-
늘 지휘자님을 뵐때마다 느끼는 감정입니다만,
제가 클래식을 사랑한다는걸 부끄럽지 않게 해 주어 고맙습니다.
이렇게 척박한 삶의 길 속에서 한 줄기 위로가 되어 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