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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2/03/01 봄이 오는 소리.
  2. 2011/04/06 다시 그대곁에 눕고 싶다. (1)
  3. 2010/09/09 통영
  4. 2010/09/09 흰 바람벽이 있어
  5. 2010/05/03 너를 기다리는 동안
  6. 2010/03/11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7. 2010/02/19 월식
  8. 2010/02/14 태백산행
  9. 2010/02/14 감꽃
  10. 2010/02/04 푸른밤

봄이 오는 소리.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2/03/01 16:15 posted by at Liberty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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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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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의 詩 <가난한 사랑 노래>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하고 우리가 우리로서 사랑하는데 이렇게 가슴 아릴 수 있다는 것을 이 詩로 처음 알았던 여고시절.
가난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그 위에서 삶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그땐 미처 몰랐었지.
어떻게 살아야 한다, 어떤 주의(-ism)따위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사람은 말하는 대로 실천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 일.
지금도 여전히 가난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하나의 사랑은 하나의 세계가 될 수도 있다 하니 하나의 세계를 모두 소유한 내게 무엇을 더 보탠들 티가 날까.

여전히 가난한 사랑노래의 시 내용은 현실에서 유효하고
그것은 인간이 "자본주의"라는 매커니즘을 놓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어쩔 수 없는 굴레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다워질 수도 있고 더 비참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자본이 사람을 잠식하므로 
잠식하는 틈바구니에서 내 너의 곁에서 하나의 의미로 솓아나는 것이 
다른 세계에서는 당연하여도 이 세계에서는 기적이니.

내 너를 만나 단 한순간도 기적 아닌적 없었으니.
여기까지 나를 이끌고 온 것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적의 열차를 매번 갈아타고서 달렸으니.

내게 주어진 모든 관념, 주의, 당위... 그 모든 것들을 한데 거머쥐고
그대로 그대에게 가고 싶다.
수줍게 나의 詩를 쓰던 그 마음으로 다시 그대곁에 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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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bobhairstyles2012.com/long-bob-haircuts-for-2012 BlogIcon long bob haircuts for 2012 at 2012/04/08 17:06

    성된 것 I'm not out there sweating for three hours every day just to find out what it feels like to sweat. I want to know where to find long bob haircuts for 2012, do you?

통영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9/09 19:57 posted by at Liberty


통영(統營)

- 백석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하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山)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데

  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柏)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짐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펴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柏)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의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 *
백석이 사랑하여 결혼을 약속했던 난이라는 처녀.
그녀의 고향이 통영이었다는 것 만으로도 백석은 통영을 사랑했으리라.
그녀와의 이별이 너무도 힘들어 <절망>이라는 시를 남기기까지 그에게 사랑이라는 것도 사람냄새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랑도 그의 발길이 닿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과 함께 한다.
통영, 내게는 참으로 낭만적이고도 아름다운 소도시.
아름다운 추억만 가득 있는 통영.

통영을 여행하였던 그 해 2박 3일, 그리고 어느 하루.
백석을 떠올리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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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9/09 17:38 posted by at Liberty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과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 *

서정주, 오장환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천재시인의 한명으로 꼽히는 백석. 
그의 시가 가지는 묘한 마력과 대단한 힘.
다시 등장하는 당나귀. 그 슬픈 눈과 작고 다부진 애증의 동물.
"나와 타나샤와 당나귀"(http://atliberty.tistory.com/13)라는 시는 워낙에 유명하고 당나귀도 이 시로 인해 내게는 완전히 굳어진 하나의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

시구 중에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라는 부분은 안도현시인이 시집 이름으로 쓰기도 했는데 낯설지 않구나. 여기 인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시구 하나하나가 모두 그대로 처연하고도 잔잔하게 마음속에 쿵 하고 파문을 일으킨다.
늦가을 혹은 겨울을 문전에 두고 찬 바람을 맞으며 읽으면 눈물도 흐르겠지.

백석. 백석. 이름만 들어도 그저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던 적이 있었다.
내가 찾아낸 시인 중에 가장 자랑스러웠던 시인.
그의 모든 것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눈물을 흘리던 날도 있었다.

내 생애 백석같은 시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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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  *
기다리는 공간, 시간이 가지는 그 향기가 여전히 마음속에 아련합니다.
마음은 콩닥거리고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아무리 주위를 배회해봐도 어쩔 줄을 모르던 시간.
많은 사람들의 지나침 속에 그 사람이 나타난건지 어쩐건지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봅니다.
내가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야하지요. 그 사람이 나를 먼저 발견해서 인사를 하면 미안하잖아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온전히 그 사람만을 생각하는 달뜨는 기분 누를길 없는 1분이 1시간같은 그런 마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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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행  (0) 201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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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김남조, < 편 지 >



* * *
이 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스무살이 넘어서 인것 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때 이 시를 읽었을때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야 하나,
별 감상이 없었다 해야하나,
치기어린 생각들로 그저 멋지다는 겉멋만 내세우며 떠들어댔던것 같다.

지금은?
지금은 안다고 말하는게 엄청난 자만인 것만은 알 것 같다.



나를 가장 정직하게 만들어주고,
내 안에 존재하는 힘을 일깨워 주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깨닿게 해 주고,
나아가야 할 곳으로 갈 수있는 용기를 주고,
나로 집중하면 할 수록 상대가 또렷해 지게 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살아간 과거의 시간을 뒤돌아보아라.
아마, 삶의 어느 작은 한 부분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반드시 좋은 일을 했을 것이다.
모든 지나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하여라.
많은 삶의 부분에서, 지나치는 많은 관계 속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나로 인해 용기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조금더 밀도있게 보내야 한다는 증거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곳에서 숨쉬는 이유는 무엇인가?
'삶'이라는 단어를 해체해보면 '사람'이 되니,
그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지금 그대가 펄떡이는 심장을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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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2/19 17:58 posted by at Liberty

월식

                                                               - 강연호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 * *
툭, 눈물 쏟아지던 시입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늘 혼자 처매는게 일입니다.

늘 내 그림자에 가려 있을 사람.
아니, 내가 늘 그림자가 되어 줄 사람.
내 뒤에서 우는 그 울음 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으로만 울었겠지요.


이렇게 애처롭고 애틋한 사랑시가 있었다니요!


그저, 노트에 적어두고 몇번이고 읽습니다.
애틋한 그대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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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행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2/14 22:16 posted by at Liberty

태백산행

-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으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

늘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산입니다. 태백산.
태백산은 그야말로 겨울이 절경입니다.
겨울산이라도 험하지 않고 오히려 눈을 밟으면서 걷는 길이 마음마저 깨끗하게 합니다.
자그마한 아이젠 하나만 있으면 초보자라도 상관없이 산을 오를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면 온갖 눈꽃이며 주목이 등산객을 맞이합니다.
주목은 위의 시에도 있듯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랍니다.
그 시간의 길이에 그저 숙연해질 뿐입니다.
그 주목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묵묵히 시간을 지나보냈을까요.

세상의 자연앞에, 그리고 우주의 시간앞에
백년이 안되는 인간의 삶은 어쩌면 시간앞에 무력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모든 일은 그래서 그렇게 급한가봅니다.
짧은 시간안에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자꾸 문제가 생기나봅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모든 일은 시간을 초월하는 과업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해야 하는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찬찬히 돌아보고 하나하나 준비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겠지요.
지금 만나야 하는게 아니라,
억지로 그 만남을 이어붙이지 못해 안타까워 할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다음을 위해, 더 나아질 우리를 위해 준비합니다.
모든 인연을 준비해야 합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정거장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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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2/14 22:01 posted by at Liberty

감꽃

-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
4줄에 역사를 담고 있고, 4줄에 사회풍자를 담고 있는 절묘한 시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이야기들을 감꽃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도 연약하고 아리땁고 흔한 것에서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마술입니다.

역시, 시인은 위대합니다.
예술의 최고 경지는 詩라는 말이 그래서 맞는듯도 싶습니다.

먼 훗날엔 무엇을 세어야 할까요.
지금도 저는 돈세고 싶질 않습니다.
돈 안 세는 방법이 없을까 그거 고민중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안 세고 살아가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는건
어쩌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빨갱이일런지요;;;


먼 훗날엔, 아니 저는 지금이라도
사람으로부터 제가 받은 진심을 기록하고 세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죽는 날까지.
아니 죽어서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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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2/04 11:01 posted by at Liberty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말랑말랑한 시어와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예전에 그녀가 내게 이 시를 보여주면서 "읽기 편한 글"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에움길'이라는 단어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시.
까맣게 물든 밤을 푸른 마음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밤,
많은 생각들이 꿈틀거리고 잠들지 않은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많은 날들을 보내었어도
결국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힘들게 가는 에움길로의 과정이 가장 아름다워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겸손해 질 수 있음이 아름다워라.
그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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