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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2/03/01 16:15 posted by at Liberty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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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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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의 詩 <가난한 사랑 노래>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하고 우리가 우리로서 사랑하는데 이렇게 가슴 아릴 수 있다는 것을 이 詩로 처음 알았던 여고시절.
가난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그 위에서 삶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그땐 미처 몰랐었지.
어떻게 살아야 한다, 어떤 주의(-ism)따위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사람은 말하는 대로 실천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 일.
지금도 여전히 가난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하나의 사랑은 하나의 세계가 될 수도 있다 하니 하나의 세계를 모두 소유한 내게 무엇을 더 보탠들 티가 날까.

여전히 가난한 사랑노래의 시 내용은 현실에서 유효하고
그것은 인간이 "자본주의"라는 매커니즘을 놓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어쩔 수 없는 굴레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다워질 수도 있고 더 비참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자본이 사람을 잠식하므로 
잠식하는 틈바구니에서 내 너의 곁에서 하나의 의미로 솓아나는 것이 
다른 세계에서는 당연하여도 이 세계에서는 기적이니.

내 너를 만나 단 한순간도 기적 아닌적 없었으니.
여기까지 나를 이끌고 온 것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적의 열차를 매번 갈아타고서 달렸으니.

내게 주어진 모든 관념, 주의, 당위... 그 모든 것들을 한데 거머쥐고
그대로 그대에게 가고 싶다.
수줍게 나의 詩를 쓰던 그 마음으로 다시 그대곁에 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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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된 것 I'm not out there sweating for three hours every day just to find out what it feels like to sweat. I want to know where to find long bob haircuts for 2012, do you?

통영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9/09 19:57 posted by at Liberty


통영(統營)

- 백석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하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山)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데

  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柏)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짐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펴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柏)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의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 *
백석이 사랑하여 결혼을 약속했던 난이라는 처녀.
그녀의 고향이 통영이었다는 것 만으로도 백석은 통영을 사랑했으리라.
그녀와의 이별이 너무도 힘들어 <절망>이라는 시를 남기기까지 그에게 사랑이라는 것도 사람냄새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랑도 그의 발길이 닿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과 함께 한다.
통영, 내게는 참으로 낭만적이고도 아름다운 소도시.
아름다운 추억만 가득 있는 통영.

통영을 여행하였던 그 해 2박 3일, 그리고 어느 하루.
백석을 떠올리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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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9/09 17:38 posted by at Liberty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과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 *

서정주, 오장환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천재시인의 한명으로 꼽히는 백석. 
그의 시가 가지는 묘한 마력과 대단한 힘.
다시 등장하는 당나귀. 그 슬픈 눈과 작고 다부진 애증의 동물.
"나와 타나샤와 당나귀"(http://atliberty.tistory.com/13)라는 시는 워낙에 유명하고 당나귀도 이 시로 인해 내게는 완전히 굳어진 하나의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

시구 중에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라는 부분은 안도현시인이 시집 이름으로 쓰기도 했는데 낯설지 않구나. 여기 인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시구 하나하나가 모두 그대로 처연하고도 잔잔하게 마음속에 쿵 하고 파문을 일으킨다.
늦가을 혹은 겨울을 문전에 두고 찬 바람을 맞으며 읽으면 눈물도 흐르겠지.

백석. 백석. 이름만 들어도 그저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던 적이 있었다.
내가 찾아낸 시인 중에 가장 자랑스러웠던 시인.
그의 모든 것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눈물을 흘리던 날도 있었다.

내 생애 백석같은 시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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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녀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산다는 것에는 희생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다. 애초에 나와 그녀를 구분짓는 단위로서의 '개인'이라고 하는 것은 없다. 희생, 양보, 자존심 이런 것들은 언제나 '개인'에게 할당되는 것일 뿐 내가 그녀를 살고 있는 것에는 그런 것은 애초에 없다. 내가 그녀를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 그녀가 나를 살아가도록 하는 것에 대한 기쁨. 이 사실만으로도 나는 기쁨을 느낀다. 나는 여태껏 그런 기쁨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그저 나를 살아가는 것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를 살아가거나 그, 그녀를 살아가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그녀를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나는 그녀를 살고, 그녀가 나를 살게 할것인가?

- PAPER 2010년 5월호에서 발췌. 글 : 김은선




희생이라, 양보라, 자존심을 버린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그것은 사랑이라 하기에는 스스로가 너무 버거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의 감정은 간사한 것이어서 내가 희생을 하고 있다, 양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언젠가는 그것에 대한 보상을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와 상대가 완전 일체한 또다른 나의 모습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 하니 말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만,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진리를 의미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철학이기도 한 듯 합니다.
주위의 시선에,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고 나와 상대가 일체된 동등한 존재로서 하나가 되는 진리로 사랑을 만들어 나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순간에 서로를 더욱 부둥켜안는 것이겠지요. 서로가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어 서로를 받아들였듯이 인간의 몸을 버려야 하는 그 순간 함께 버릴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함께 해봅니다. 동등한 존재로서 두 사람이 한 순간에 인간의 몸을 함께 버릴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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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  *
기다리는 공간, 시간이 가지는 그 향기가 여전히 마음속에 아련합니다.
마음은 콩닥거리고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아무리 주위를 배회해봐도 어쩔 줄을 모르던 시간.
많은 사람들의 지나침 속에 그 사람이 나타난건지 어쩐건지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봅니다.
내가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야하지요. 그 사람이 나를 먼저 발견해서 인사를 하면 미안하잖아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온전히 그 사람만을 생각하는 달뜨는 기분 누를길 없는 1분이 1시간같은 그런 마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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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전작들 중 5권을 구입했습니다.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리고 유리알 유희까지.

헤세의 소설은 사실상 자아를 찾고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이 지금의 제 모습에서는 매우 필요한 책들이라는 생각이었지요.

뭘 먼저 읽을까 생각을 하다가 여기저기 물어보니, 싯다르타를 먼저 읽는 것이 나을 것이라 조언을 해주더군요. 특히나 데미안을 읽기전에는 먼저 싯다르타를 읽는 것이 낫다고.
(그런데 사실,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데미안을 읽고 싯다르타를 읽는 것이 보다 더 완성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출간연도로 봐도 데미안이 먼저더군요.)

싯다르타는 헤세가 작품을 집필하는 도중에 인도로 여행을 가서 직접 체험을 하고 나머지 남은 분량을 모두 썼다고 합니다. 체험해보지 않은 것은 말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작가 스스로 보여준 셈인데요, 정말이지 읽어보면 이것은 체험해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을만큼 매우 깊은 사유세계를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독후감을 쓰기에는 이 책이 너무도 많은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으로도 압축하지 못하겠고 오히려 이 소설을 통해 철학을 접한 느낌이라 생각과 글이 짧은 제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차라리 이 책을 읽으며 탄복하였던 구절들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몇번이고 읽으며 익혀보고자 합니다. 소설을 통해 공부하게 되는 경우는 처음인 듯 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처음 던지고 있는 내용인 진리나 지혜라는 것 역시, 이 책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  *

1. 깨달음

모든 깨달음은 가르침을 통해 얻을 수 없다.

비로소 스스로가 모든 것을 체험하였을 때 그 사실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


진실로 道를 구하고자 하는 자라면,

진실로 道를 얻고자 하는 자라면,

어떠한 가르침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법이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다.



2. 시간과 인간의 존재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江에는 현재만이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극복하는 즉시,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즉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힘겨운 일과 모든 적대감이 제거되고 극복될 수 있다.

그러니 일체의 번뇌의 근원은 시간이다.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다.

그런데도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시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현세와 영원 사이에, 번뇌와 행복 사이에,

선과 악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간격이라는 것도 하나의 착각

인 셈이다.


3.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부여된 동등성

모든 생명의 단일성을 의식하여야 한다.

생각한다는 점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모든 점에서는 세속적 인간들이 賢人

과 대등한 위치에 있었으며, 현인을 훨씬 능가할 때도 자주 있었다.


일체의 소리들, 일체의 목적들,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번뇌, 일체의 쾌락, 일

체의 선과 악,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완성을 향하여 서서히 나아가는 도중에 있

는 것도 아니다.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 내면에

이미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

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



4.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진리를 위한 것

나는 육신의 경험과 스스로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의 존재라는 사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그 사물들을 그토록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고 그토록 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네.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

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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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김남조, < 편 지 >



* * *
이 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스무살이 넘어서 인것 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때 이 시를 읽었을때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야 하나,
별 감상이 없었다 해야하나,
치기어린 생각들로 그저 멋지다는 겉멋만 내세우며 떠들어댔던것 같다.

지금은?
지금은 안다고 말하는게 엄청난 자만인 것만은 알 것 같다.



나를 가장 정직하게 만들어주고,
내 안에 존재하는 힘을 일깨워 주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깨닿게 해 주고,
나아가야 할 곳으로 갈 수있는 용기를 주고,
나로 집중하면 할 수록 상대가 또렷해 지게 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살아간 과거의 시간을 뒤돌아보아라.
아마, 삶의 어느 작은 한 부분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반드시 좋은 일을 했을 것이다.
모든 지나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하여라.
많은 삶의 부분에서, 지나치는 많은 관계 속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나로 인해 용기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조금더 밀도있게 보내야 한다는 증거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곳에서 숨쉬는 이유는 무엇인가?
'삶'이라는 단어를 해체해보면 '사람'이 되니,
그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지금 그대가 펄떡이는 심장을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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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연달아 읽습니다.
그다지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닌가요?
"슬픈예감"이라는 작품입니다.

그녀의 감수성은 참 투명합니다.
여과없는 일상적인 단어들로 사람의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고 할까요.
그저 술술 읽혀지지만 지나고보면 다시한번 책을 넘기게 만드는 재주도 있는 작가인듯 싶습니다.
그리고 바나나의 소설을 우리말로 옮긴 김난주씨의 표현도 매우 적절한듯 하여 참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 바나나의 소설을 즐겨 읽으시는 분들이 제 글을 읽으면 치기어리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책이라는 것도 읽는 사람의 상황이나 심경에 따라 다르게도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거 같아요-



여하튼, 읽어보시라는 권유를 더 강력하게(!) 하고 싶습니다.
바나나의 저작들은 대부분이 그런것 같은데요,
별거 없는(!) 잔잔한 일상이 그 주된 내용이지요.

이것저것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오히려 이런 기본적인 감성들을 자극해줄 수 있는 소설이 괜찮을것 같습니다.



잊어버린 과거이든 기억하고 있는 과거이든
우리는 조금씩은 눈물을 함께 하지 않으면 뒤돌아볼 수 없는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억들 모두가 자신을 이루어간 소중한 것들임을 이 작품에서는 새삼스레 일깨워줍니다.
이 책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사람의 기억속에 잠재되어 있는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재에 대한 많은 일들과 그로 인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과거를 찾아나서는 짧은 여행을 합니다.
왜 현재의 감정에서 자신이 그렇게 불안한 감정들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지나온 과거를 알지 않고서는 마음 한구석에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간혹 무언가가 정말 떠오를 듯한 때면, 나는 어김없이 위태로워졌다. 마치 멀리서 온 나그네처럼, 지금 있는 장소에 오래도록 머물 수는 없다는 불안이 밀려왔다."

멀리서 온 나그네처럼, 불안이 밀려오는 이유가 바로 마음 한구석 설명하지 못하는 공허함때문이겠지요. 무언가 나를 채워준 것이 있었을진대 없는듯 느껴지는 바로 그것이지요.


그리고, 주인공이 과거를 찾아나서는 아니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자신을 찾는 과정이 되는 상황을 통해 소중한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동차도, 어수선한 거리도, 그리고 이모조차 지금은 모두 없는 것 같다. 있는 것은 데츠오뿐. 지금까지해 온 어떤 사랑도 이렇게 풍경을 지우지는 못했다."

"풍경을 지우는 사랑" 이러한 표현도 참 아름답지요.
별 수식어 없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렇게 소중하고 이쁘게 말할 수 있다니요-
작가의 능력에 한번 감탄을 하고 밑줄을 그었다지요.

여하튼, 이러한 소중한 감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진심을 전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나 자신을 포함해서 그저 단순한 정직함이 아니라 의지가 담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많이 경험한다. 가령 한때의 반짝임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변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순간에 모든 것을 담아 확고한 눈길로 호소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인다."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얻은 것은 결국 현재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지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용기있게 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자신을 조금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감정들과 사람들에 대한 진심을 오해없이 마주칠 수도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주인공이 알게 된 소중한 감정은 사실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모와 동생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내 손발로 언니와 애인을 발굴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용기있는 자가 확신을 가졌을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다.
모든 인생을 다 깡그리 무너뜨리고 새로시작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때의 모습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사건의 전후관계는 사실상 인과관계입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지우고 싶다거나 없애고 싶다 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의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아프고 챙피한 과거라도 그 과거를 부정한다면 자신의 일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자기 자신의 어느 일부분도 소중하지 않은 부분은 없습니다.
좋은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기억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나쁜 기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삶이란 모두 동전의 양면임을 절대 잊어선 안되겠지요.

바나나의 소설에서 새삼스러운 자기발견을 하고 책을 덮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삶의 어떤 부분에서건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낼 수 있게 해달라 기도하게 됩니다. 용기내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일인지도 모른다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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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

말과 글/예술의 최고경지, 詩 2010/02/19 17:58 posted by at Liberty

월식

                                                               - 강연호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 * *
툭, 눈물 쏟아지던 시입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늘 혼자 처매는게 일입니다.

늘 내 그림자에 가려 있을 사람.
아니, 내가 늘 그림자가 되어 줄 사람.
내 뒤에서 우는 그 울음 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으로만 울었겠지요.


이렇게 애처롭고 애틋한 사랑시가 있었다니요!


그저, 노트에 적어두고 몇번이고 읽습니다.
애틋한 그대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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