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내에서 내가 차를 마시는 곳은 여기 한 곳 뿐이다.
대구 팔공산에 본점이 있는 "커피명가"라는 곳인데, 커피애호가인 사장님이 그 많은 대형 체인 커피전문점들을 제치고 대구의 커피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은 괜찮은 커피점이다. 사실 내가 나라별로 커피맛을 구별할 정도로 커피광은 아닌데다가 미각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별다방이니 콩다방이니 천편일률적이고 일회용잔이며 투박한 머그잔 밖에 없는 상업적 냄새만 가득한 커피점보다 훨씬 정성스럽게 로스팅하고 뽑아 내어 오는 고급스러움이 깨끗한 찻잔에 담겨져 수위를 찰랑거리며 다가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언젠가보니 울산에도 커피명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울산에서 거의 모든 약속장소는 이 곳이 되고 마는데... 이렇게 특정 커피점에 대한 내용으로 블로그에 소개는 사실 처음이나 마찬가지이다.
가끔 다른 곳을 들르기도 하지만, 여기만한 곳이 없다.
통유리도 마음에 들고, 커피도 고급스러운 편이지만, 내가 이 집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점은 무엇보다 선곡이 상당히 좋다는 점이다. 일단, 컴퓨터로 노래를 틀지않고 CD를 직접 선곡하는 것도 참 좋고 대부분이 클래식이나 재즈 혹은 뉴에이지나 영화음악 등인데 상당히 낯익은 곡이면서도 새로운, 선곡하는 이가 음악에 조예가 없고서는 절대 불가능해 보인다 싶다. 사실 번화가에 있는 대부분의 카페들은 시끌벅적한 선곡들에 대중가요들에 귀를 그야말로 자극하는 곡들 밖에 없어 1시간을 앉아있기도 쉽지 않은데 이 곳은 음악만 듣기에도 편안할 정도로 마음이 좋다.
커피를 내리는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면 마음이 푸근한데,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 앉아 잡지며 책을 뒤적이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도 참 좋다.
모처럼만에 PAPER라는 잡지를 집어들었다.
고등학교 다닐때 참 많이도 보았던 잡지. 그저 감성이라는 것 하나로만 똘똘 뭉쳐있는 글이라, 어린 소녀시절 그 감성에 정신을 많이 놨었지;; 다시보니 약간은 치기어리다 싶기도 하고 또 약간은 유치하다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때와는 다르게 마냥 이쁘게만 꾸며진 글들에 읽기 좋은 책이 아니라 보기 좋은 책으로 변해버려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
잡지 뒤로 보이는 카페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평화로움 자체이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너저분한 소품들이 저렇게 깔려있다.
계산서가 나뒹굴고 핸드폰이 굴러다니고 책이 귀퉁이를 자리하고 있고.
먹다 남은 케익의 찌꺼기와 스푼.
밖으로 보이는 복잡하고도 따분한 일상이나 유리창 안에 펼쳐진 나의 일상이나 하나도 다를건 없다.
늘 이러한 일상을 가리기 위해 많은 위장을 하곤 하지만, 모든 것이 널부러져있는 저 곳.
내 마음도 널부러져 한참을 쉰다.
그 순간, "Gabriel's Oboe"가 흘러나온다.
그리하여 노트를 펴고 편지를 쓴다.
어떻게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듣는 이 평화의 노래가, 천사의 노래가 그의 귀에도 전해질 것을 알고 있는데-
그립다는 말과 보고싶다는 말만은 쓰지 않는다.
블루블랙 잉크가 오랜만에 종이위에 자연스레 번진다.
모든 것들이 평화로운 오후.
번잡스러운 모든 것들을 잠시 덮어두고 노트와 펜에 카메라렌즈를 고정한 지금의 순간에는
번잡스러운 바깥세상도 잠시나마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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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 | 커피명가 울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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