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천재의 순수한 감성, 피아니스트 임동민을 만나다!
그다지 큰 기대를 한것도 아니었다.
단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그것도 "열정"을 연주한다기에 한번 가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남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천재라는 그의 타이틀은 사실,
그를 향해 열광하려는 이유는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앳되어 보이는 그의 외모 역시도 그를 향해 열광하려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내가 연주회에서 열광을 하게 되는 조건은 대강 이러하다.
음악속에 연주가가 얼마만큼용해되는가. 연주 자체로도 진정 당당한 자기만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곡을 얼만큼 완벽하게 소화하는가... 그리고 심지어 그 연주를 통해 작곡자(베토벤, 리스트 등)의 감정마저도, 그가 살았던 당시까지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완벽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클래식음악의 저변이 매우 좁은게 현실이지만, 국제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우수하고도 천재적인 클래식음악연주가들을 많이 배출하는것도 현실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천재!"라고 떠드는 사람들에 대해 바라보는 내 시각이 무뎌진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천재보다도, 천재 그 다음 타이틀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천재라는것은 사실 선험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지만, 결국 연주자도 인간이다.
인간의 삶속에서 그것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유리병속에 갇혀 인간과 소통하지 못한다. 결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가 없다. 유리병속에 갇힌 천재는 한두번 신기하게 구경할 수는 있을 지언정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억을 심어줄 수는 없다.
서설이 길었다.
각설하고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 두곡(o.p 31, appasionata)의 연주 후
intermission
그리고 연이어 리스트의 sonata h-moll...
음.
임동민, 임동혁(임동민의 동생)은 기존의 수상내역에서도 알수 있듯이, 쇼팽의 곡들이 거의 환상적이다.
그 연주들을 보고 이들을 신동이라는 이름, 혹은 천재라는 이름을 붙인듯 하다..
역시 그의 리스트의 연주, 쇼팽의 연주는 과연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손가락의 유연성과 정확하게 음을 짚어내는 능력!...
그리고, 짧지만 멋지게 그 역동성과 기교에는 가히 할말을 잃을 정도!
그리고 그의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아, 정말 그를 위해 곡이 쓰여진건 아닐까 할 정도로 멋졌다!!!
(사실, 앵콜 연주가 4곡이었는데, 그 곡들 중 쇼팽의 곡들은 거의 환상이었다. 주내용보다 앵콜이 더 멋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ㅡㅡ;;)
그런데, 문제는 베토벤 소나타의 두 곡을 고른거다.
나는 이 연주회를 다녀와서,
왜 베토벤을 피아노소나타의 바이블이라고 하는지 알것 같았고.
기교가 모든 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것 같았고.
곡에 감정과 인생을 싣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김정원씨의 베토벤 피아노 연주가 자꾸 생각났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김정원씨의 연주가 더욱 감동을 안겨주었다는건 어쩔 수 없었다.)
외로워보이는 어깨선,
그리고 관객을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수줍어하는 인사,
연신 땀을 훔쳐내는 손,
연주 중에도 자꾸만 옷깃을 자꾸 여미는 행동들...
그도 많이 긴장되는듯 보였다.
그런가하면, 연주를 마치고는 피아노에서 손가락을 떼기도 전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무대를 도망치듯 퇴장해버렸던 장면에서, 나는 풋풋한 천재적 감성을 이해 했어야만 했다...
혼자 생각으로는...
'아직 객석과 호흡하지 못하는 구나... 여유가 없구나...
혼자만 만족하든 불만족하든 느낌을 가지는 연주가 아니라
자신의 연주를 듣고 있었던 객석의 반응도 살필줄 알아야 할텐데...'
앳된 모습의 그는, 베토벤의 장중함과 섬세함을 표현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던것 같다.
임팩트도 2% 부족한듯 느껴졌고, 강약의 조절(pp피아니시모에서 ff포르티시모)의 구별과 뚜렷함이 약간 아쉬웠던것 같다. 그만큼, 그는 연주에 그의 모든것을 담기에는 어렸던것 같고, 아직 담을 무언가가 많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천재적인 연주가라는 그 수식어를 떼고 임동민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줄 수 있는 감동으로 가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임동민의 2-3년 후의 리사이틀을 더욱 기대하고 싶다.
아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연주가이다.
이제 28세.
20대의 순수함과 열정. 단순히 피나는 피아노 연습을 통해 객석과 만났다면,
30대가 되었을때는 피아노 연습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연습과 고뇌들을 객석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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